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인 적용제외 40년 — 시급 10,700원 시대, 월 39만 원 받는 1만 명의 현실과 개정 쟁점
목차
2027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10,700원(3.7% 인상, 주 40시간 기준 월 223만 6,300원)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법 체계 한구석에는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1986년 이래 약 40년 동안 법정 시급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른 '장애인 적용제외' 인가 노동자들입니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 시즌마다 노동계와 장애인 인권단체는 적용제외 조항 폐지를 촉구하지만, 이번 2027년 심의 테이블에서도 해당 안건은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왜 40년 동안 이 조항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는지, 현재 적용제외된 1만여 명의 장애인 노동자의 처우는 어떠한지, 그리고 해외 선진국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상세히 짚어봅니다.
1. 최저임금법 제7조란? 40년 전 법 조항이 그대로 머문 이유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호는 "정신 또는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986년 12월 법률 제정 당시,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중증장애인에게 일반 최저임금을 강제하면 기업이 고용 자체를 기피해 일자리에서 완전히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만들어진 예외 장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다른 직종의 최저임금 규정들이 끊임없이 개선되는 동안, 장애인 조항만은 철저히 멈춰 있었습니다.
- 수습근로자: 3개월 이내에 한해 10% 감액(90% 지급)만 허용되며, 단순노무직종은 감액조차 금지되었습니다.
-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 2007년 70% 지급을 시작으로 단계적 인상을 거쳐 2015년부터 최저임금 100% 전액 적용으로 전환되었습니다.
- 장애인 노동자: 법 제정 이후 하한선(Floor) 규정이나 감액 한도 없이 '완전한 적용 제외' 상태가 40년째 방치되어 대한민국 노동법상 유일한 제도적 무임금 하한선의 사각지대로 남았습니다.
💡 형식적인 인가 기준과 사실상의 전원 승인
현행법상 사용자가 신청하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작업능력을 평가하여 비장애인 기준 70% 미만일 때 적용제외를 인가합니다(1년 단위 갱신). 그러나 신청 사업장의 90% 이상이 중증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 등)이어서, 인가율은 매년 98.5% ~ 99.5%로 사실상 신청하면 100% 통과되는 요식 절차에 그치고 있습니다.
2. 숫자로 보는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의 실태
매년 얼마나 많은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이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월급은 얼마일까요? 정부 공식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현실은 매우 심각합니다.
| 구분 지표 | 통계 수치 및 현실 | 비고 및 맥락 |
|---|---|---|
| 연간 적용제외 인가 인원 | 매년 약 1만 명 수준 (2021년 9,475명 → 2023년 9,816명 → 2025년 10,145명) |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1만 명 안팎 유지 |
| 대상자 장애 유형 및 중증도 | • 중증장애인 비율 약 98% • 지적·자폐성 발달장애인 비율 약 88~89% |
자립 능력이 취약한 중증 발달장애인에 집중 |
| 소속 사업장 유형 |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종사자 90% 이상 |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등 복지형 일터 |
| 인가 노동자 평균 월급 (2023년 말) | 월 39만 7,000원 | 법정 최저임금(월 201만 원)의 19.8% (5분의 1 미만) |
| 2027년 최저임금과 격차 | 2027년 법정 월급: 223만 6,300원 (시급 10,700원) 인가 노동자 임금: 월 40만 원 안팎 정체 |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일반-장애인 간 임금 격차 사상 최대 확대 |
적용제외 인가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20~25시간(월 80~100시간)입니다.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시급 4,000원 안팎에 불과하며, 주 40시간 전일제로 종일 근무하는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월 50만 원 미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노동을 통해 자립을 도모해야 할 일터가 '일할수록 상대적 빈곤감이 커지는 구조'로 굳어진 것입니다.
3. 2027년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외면당한 까닭
2026년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밤샘 논의 끝에 2027년도 최저임금을 10,700원으로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노동계와 장애인 인권단체가 장외에서 강력히 요구했던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 및 대책 마련'은 공식 논의 테이블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제7조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할 수 있는 시행령·고시 범위가 아니라 국회의 법률 개정 사항이며, 복지 재정과 연계된 부처 간 정책 영역"이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정부와 위원회가 법적 권한 한계를 이유로 책임을 국회와 보건복지부로 넘기는 사이, 제7조 적용제외 문제는 40년 동안 어느 부처에서도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정책 핑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4. 해외 주요국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선진국들도 중증장애인의 낮은 노동생산성과 일반 최저임금 적용 사이에서 똑같은 딜레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장애인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대신, '국가의 차액 보전'이나 '최저임금 예외 폐지'로 해법을 찾았습니다.
| 국가 | 제도 운영 방식 | 핵심 시사점 |
|---|---|---|
| 호주 (Australia) | 지원고용임금제도 (SWS): 독립 평가기관이 측정한 생산성 비율(예: 30%)만큼 사업주가 지급하고, 부족한 차액은 연방정부의 '장애인지원연금(DSP)'으로 직접 보전 |
생산성 비례 지급 + 공적 소득보전 결합 (가장 현실적 벤치마킹 모델) |
| 프랑스 (France) | 직업재활시설(ESAT) 임금보완금제: 시설이 최저임금의 5~50%를 지급하면, 국가가 '임금보완금'을 직접 얹어 최종 최저임금의 55~110% 수준을 법적으로 보장 |
영세 시설의 부담을 덜면서도 노동자에게 최저 생활 보장 |
| 독일 (Germany) | 보호작업장 종사자에게 국가가 근로촉진금(Arbeitsförderungsgeld)과 기초생계보장금, 공적연금을 두텁게 결합 지원하여 기본생활권 보장 (현재 UN 권고에 따라 최저임금 전액 전환 로드맵 논의 중) | 공적 사회보장 패키지를 통한 실질 소득 지탱 |
| 영국 (UK) | 일반 노동시장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최저임금 예외 전면 금지 (100% 동일 적용). 기업의 부담은 근로지원금(Access to Work) 등 국가 지원으로 상쇄 | 차별 금지 원칙의 철저한 준수 |
| 미국 (USA) | 과거 공정근로기준법(FLSA) 14조(c)로 최저임금 이하 지급을 허용했으나, 최근 인권 침해 비판으로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등 16개 이상 주에서 적용제외를 전면 폐지 | 최저임금 미만 지급 제도를 폐지하는 국제적 흐름 선도 |
5. 그동안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발의 자체는 반복돼 왔습니다. 통과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 제21대 국회 — 제7조 삭제와 임금 보전을 담은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2024년 5월 29일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 제22대 국회 — 개원 이후 다시 여러 건이 발의돼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계류) 중입니다
즉 이 문제는 법안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발의됐다가 임기와 함께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되는 구조입니다. 22대 국회의 계류 법안들도 임기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같은 길을 밟게 됩니다.
6.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유엔뿐 아니라 국내 기구도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저임금법 제7조를 장애를 이유로 한 구조적 차별이자 평등권 침해로 판단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의 권고는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 나왔고, 두 번 모두 제7조 삭제와 보충급여 제공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조항을 없애는 것과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한 묶음이라는 점이 권고의 핵심입니다.
7. 상생을 위한 현실적 대안: '국가 임금보전제(보충급여제)'
최저임금법 제7조를 무작정 폐지하기 어려운 가장 큰 현실적 이유는 '장애인 고용 위축 우려'입니다. 대다수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은 영세한 비영리 사회복지시설로, 국가 지원 없이 일반 최저임금 전액(월 223만 원)을 강제하면 시설의 연쇄 파산과 1만여 명 중증장애인의 대량 해고가 불가피합니다. 일자리를 잃은 중증장애인은 집안에 갇히거나 돌봄 부담이 온전히 가족에게 전가됩니다.
따라서 전문가와 장애계는 "사업주에게만 부담을 지우지 말고, 국가가 최저임금 차액을 직접 채워주는 '국가 임금보전제(보충급여제)'"를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1단계 (생산성 평가): 객관적 평가를 통해 사업주는 장애인 노동자의 실제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예: 최저임금의 20~40%)을 지급합니다.
- 2단계 (국가 차액 보전): 법정 최저임금과의 차액(60~80%)을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및 일반회계를 통해 노동자 본인 계좌로 직접 입금합니다.
- 기대 효과: 영세 복지시설은 파산과 감원 위기에서 벗어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중증장애인 노동자는 헌법상 보장된 최저임금 100%를 실질적으로 손에 쥐게 됩니다.
📌 맺음말: 40년의 침묵을 깨야 할 시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 CRPD)는 이미 대한민국 정부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을 재검토하고 적정 소득을 보전하라"고 공식 권고한 바 있습니다. 시급 1만 원 시대를 넘어 10,700원 시대로 가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40년 전 낡은 법 조항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이제는 실효성 있는 '국가 임금보전제' 입법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