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ER 낮으면 싼 주식일까 — PER·EPS·ROE 30초 정리

목차
  1. 급하면 이것만 — 높으면 뭐가 되나
  2. EPS — 1주가 얼마를 버나
  3. PER — 몇 년치를 미리 주고 사는가
  4. ROE — 내 돈으로 얼마나 벌었나
  5. 셋은 따로 노는 숫자가 아닙니다
  6. 숫자가 거짓말하는 순간
  7. 처음 질문으로

어떤 회사 주가가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났다고 해봅시다. 이익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떨어졌으니 PER도 같이 반토막이 납니다.

그럼 이 주식, 싸진 걸까요?

여기서 바로 "그렇다"가 안 나오면 이 글이 도움이 됩니다. 답은 마지막에 있고, 그 전에 숫자 셋만 짚고 가겠습니다.

PER, EPS, ROE의 계산식과 높을 때 의미를 정리한 표
이 그림만 저장해두셔도 됩니다.

급하면 이것만 — 높으면 뭐가 되나

설명은 뒤에 하고 결론부터 놓겠습니다.

지표높으면낮으면
EPS1주가 돈을 잘 번다 👍1주가 버는 게 적다
PER비싸다 (기대가 크다)싸다 (기대가 없다)
ROE내 돈으로 잘 굴린다 👍돈을 깔고만 있다
PBR장부보다 비싸다장부보다 싸다

EPS와 ROE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회사가 잘한다는 뜻이니까요.

PER과 PBR은 다릅니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가격표입니다. 높으면 비싸게 사는 거고 낮으면 싸게 사는 겁니다. 그런데 싼 데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EPS — 1주가 얼마를 버나

주당순이익입니다. 회사가 1년에 번 돈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에요.

순이익 100억 원인 회사가 주식 1000만 주를 발행했다면 EPS는 1000원입니다. 내가 가진 1주가 1년에 1000원을 벌어다 준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 돈이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고 회사 안에 쌓이거나 배당으로 일부가 나옵니다.

EPS는 커질수록 좋습니다. 다만 커지는 방법이 두 가지라는 게 함정입니다. 이익이 늘어도 커지고, 주식 수가 줄어도 커집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서 태우면 나누는 숫자가 작아지니 EPS가 올라갑니다. 회사가 더 잘 벌게 된 게 아닌데 숫자만 좋아 보입니다.

PER — 몇 년치를 미리 주고 사는가

주가를 EPS로 나눈 값입니다. 아까 그 회사 주가가 1만 5000원이면 PER은 15배입니다.

이걸 이렇게 읽으면 편합니다. 지금 이 값으로 사면 원금 뽑는 데 15년 걸린다. 1년에 1000원씩 버는 걸 1만 5000원 주고 샀으니까요.

PER 40배짜리는 40년치를 미리 주고 사는 겁니다. 미쳤다고 할 일이 아니라, 시장이 "이 회사 이익이 앞으로 훨씬 늘 것"이라고 믿는다는 뜻입니다. 성장주 PER이 높은 게 그래서입니다.

반대로 PER 4배는 4년이면 뽑는다는 소리인데, 그런데도 아무도 안 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그 이익이 계속될 거라고 안 믿는 겁니다.

그래서 PER은 같은 업종끼리만 비교해야 합니다. 은행과 바이오를 나란히 놓고 "은행이 싸다"고 하면 틀립니다. 업종마다 정상 범위가 아예 다릅니다.

ROE — 내 돈으로 얼마나 벌었나

자기자본이익률입니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눕니다. 회사가 가진 밑천으로 얼마나 남겼는지를 봅니다.

자기자본 1000억으로 100억을 벌었으면 ROE는 10%입니다. 은행 예금 이자와 같은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회사에 돈을 넣어두면 연 10%로 굴러간다는 뜻이니까요.

높을수록 좋습니다. 다만 ROE도 올리는 편법이 있습니다. 빚을 늘리면 됩니다. 나누는 값인 자기자본이 작아지니 같은 이익이라도 ROE가 튀어 오릅니다. ROE 30%인데 부채비율이 500%라면 그건 잘 굴린 게 아니라 위태롭게 굴린 겁니다. ROE를 볼 때 부채비율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셋은 따로 노는 숫자가 아닙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쓸모 있는 부분입니다. 세 지표는 이렇게 이어져 있습니다.

PER × ROE = PBR

앞의 회사로 확인해보죠. PER 15배 × ROE 10% = 1.5. 주가 1만 5000원을 주당순자산 1만 원으로 나눈 PBR도 1.5배입니다. 딱 맞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식을 풀면 그렇게 되게 돼 있습니다.

이게 왜 쓸모 있냐면, ROE가 낮은 회사는 PER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는 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잘 못 굴리는 회사에 시장이 높은 값을 쳐줄 리 없으니까요. 반대로 ROE가 꾸준히 높은 회사는 PER이 높아도 그럴 만합니다.

그러니 PER 하나만 보고 비싸다 싸다를 말하면 반쪽입니다. ROE와 짝지어 보셔야 합니다.

숫자가 거짓말하는 순간

정리해두면 이렇습니다.

첫째, PER은 과거 이익으로 계산합니다. 작년에 잘 벌었는데 올해부터 망가지는 회사는 PER이 낮게 찍힙니다. 싸 보이는 게 아니라 이익이 곧 사라질 예정인 겁니다. 이런 걸 가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둘째, 적자면 PER은 아예 계산이 안 됩니다. EPS가 마이너스니까요. 이때 뜨는 'N/A'나 '-'는 싸다는 뜻이 아니라 못 재겠다는 뜻입니다.

셋째, 일회성 이익이 섞입니다. 부동산을 팔아 한 번에 큰 이익이 잡히면 그해 EPS가 확 뜁니다. 당연히 PER은 뚝 떨어지고요. 이듬해엔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한 해 숫자보다 3년 치 흐름을 보시는 게 낫습니다. ROE가 몇 년째 꾸준한지, EPS가 늘고 있는지. 한 시점의 PER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주가가 반토막 나서 PER이 반토막 났다면, 싸진 걸까요.

시장이 왜 팔았는지에 달렸습니다. 회사는 멀쩡한데 시장 전체가 빠진 거라면 진짜 싸진 게 맞습니다. 반면 앞으로 이익이 줄어들 낌새를 시장이 먼저 읽은 거라면, 내년에 EPS가 내려앉으면서 PER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싸진 적이 없었던 겁니다.

PER이 떨어진 이유가 가격 때문인지 이익 전망 때문인지. 이 질문 하나만 붙잡고 계셔도 절반은 걸러집니다.

숫자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어디를 더 봐야 할지를 알려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