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하이닉스 급락 이유 — 진범은 24살이 굴린 헤지펀드였습니다

목차
  1. 7월 말에 벌어진 일
  2. 흔든 쪽은 뉴욕에 있었습니다
  3. 24살이 굴리던 돈
  4. 왜 하필 하이닉스였을까
  5. 지금은 어떻게 됐나
  6. 증권사 목표주가가 제각각입니다
  7. 남은 위험
  8. 결국 무슨 일이었나
  9. 이 글은 정보 정리이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각 보도 시점 기준이라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7월 말에 벌어진 일

7월 말 SK하이닉스가 유난히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에 걸렸고 7월 코스피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당시에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실적이 나빠진 것도 아니고 HBM 수요가 꺾였다는 소식도 없었는데 주가만 무너졌으니까요. 그런데 며칠 지나 원인이 드러났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아니라 미국 헤지펀드 한 곳의 마진콜이었습니다.

흔든 쪽은 뉴욕에 있었습니다

이름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입니다. AI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던 신생 헤지펀드인데, AI 관련주가 40% 넘게 조정을 받으면서 마진콜, 그러니까 추가 증거금 요구에 몰렸습니다.

현지 시각 7월 29일 밤 마진콜에 직면했고 다음 날인 30일 보유하던 공개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시타델에 넘겼습니다. 시타델은 켄 그리핀이 이끄는 세계 최대 멀티전략 헤지펀드죠.

이 펀드가 들고 있던 종목에 SK하이닉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샌디스크, 블룸에너지, 네비우스 그룹도 함께였습니다. 전부 AI 공급망에 걸린 회사들이거든요.

강제로 팔아야 하는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는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밀립니다. 7월 말 하이닉스에 벌어진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7월 28일에는 1주가 127만 2천 원 하한가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24살이 굴리던 돈

펀드를 만든 사람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입니다. 스물넷입니다.

2024년에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다가올 10년'이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AI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를 전망한 내용인데 월가에서 크게 회자됐고, 'AI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 명성으로 돈이 몰렸습니다.

수익률도 실제로 좋았습니다. 누적 439%였으니까요. 문제는 그 수익률을 만든 방식이었습니다. 레버리지를 4배 수준으로 썼습니다.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이 오를 때는 수익이 네 배로 늘지만 내릴 때도 손실이 네 배로 붙습니다. AI 주식이 40% 빠지자 담보가 부족해졌고 증거금을 더 넣으라는 요구가 왔습니다. 못 넣으면 강제로 팔립니다.

이 펀드는 7월 한 달에만 67% 급락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마진콜이 온 그 주말, 아셴브레너는 캘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왜 하필 하이닉스였을까

우연이 아닙니다. 이 펀드는 앞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기업공개에 최대 70억 달러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AI 인프라에 걸겠다는 판단이었고 그 판단의 한가운데 하이닉스가 있었습니다.

들어올 때 크게 들어왔으니 나갈 때도 크게 나갔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나

시타델이 포트폴리오를 받아 가면서 "누군가 계속 강제로 팔고 있다"는 불확실성은 걷혔습니다. 매도 주체와 규모가 드러났으니까요. 그 소식이 나온 뒤 뉴욕 증시의 AI 관련주가 반등했습니다.

8월 5일에는 일론 머스크가 메모리 수요가 매년 200%씩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하이닉스가 6% 넘게 올랐고 코스피도 6600선을 회복했습니다.

다만 8월 6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7만 2천 원 내린 149만 6천 원에 마감했습니다. 아직 방향이 잡혔다고 보기는 어려운 흐름입니다.

증권사 목표주가가 제각각입니다

이번 급락 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는데, 내린 폭이 서로 많이 다릅니다.

증권사 기존 조정 후
미래에셋증권 420만 원 280만 원
NH투자증권 410만 원 340만 원
대신증권 390만 원 320만 원
삼성증권 350만 원 300만 원
BNK투자증권 185만 원 148만 원

외국계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300만 원, JP모건이 275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JP모건은 기존 300만 원에서 내렸지만 비중확대 의견은 유지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BNK입니다. 다른 곳이 280만~340만 원을 말할 때 148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8월 6일 종가와 거의 같은 숫자입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배 차이가 나는 셈인데, 목표주가라는 게 그만큼 전제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으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남은 위험

강제 매도의 정체가 드러났다고 위험이 끝난 건 아닙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AI·반도체에 몰아서 투자한 펀드가 이 한 곳만은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연쇄적으로 자산 매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일의 교훈을 한 줄로 정리한 표현이 있습니다. "AI가 아닌 레버리지의 붕괴"입니다. AI 산업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습니다. 빌린 돈으로 그 산업에 과하게 걸었던 쪽이 먼저 무너졌을 뿐이죠.

결국 무슨 일이었나

7월 말 하이닉스 급락은 한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업황과는 상관이 없었고 그 물량은 시타델로 넘어가면서 정리됐습니다. 다만 같은 구조로 투자한 곳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남아 있습니다.

주가가 왜 움직였는지 알고 나면 같은 하락도 다르게 보입니다. 이번처럼 회사와 무관한 이유로 흔들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것만 기억해두셔도 다음에 비슷한 장면을 만났을 때 덜 당황하실 겁니다.

이 글은 정보 정리이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각 보도 시점 기준이라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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